한눈에 보기

당뇨망막병증은 꽤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약한 새 혈관이 터지면 하루아침에 시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안 보이는 눈뿐 아니라 잘 보이는 눈에도 병이 진행돼 있는 경우가 있어 두 눈을 모두 봐야 합니다. 당뇨가 있다면 눈이 잘 보여도 안과 검진을 받으세요. 치료 방법과 경과는 개인마다 다릅니다.

글·감수 안종호 원장(안과전문의·망막 세부전공, 고양신세계안과, 전 가천대 길병원 망막 임상교수) · · 당뇨망막병증 진료 기록

오른쪽 눈 초광각 안저사진 : 시신경 주변과 아래쪽으로 망막앞출혈과 검붉은 출혈이 넓게 퍼져 있습니다
오른쪽 눈 초광각 안저사진 : 시신경 주변과 아래쪽으로 망막앞출혈과 검붉은 출혈이 넓게 퍼져 있습니다 (본원 촬영, 환자 동의, 식별정보 없음)

안녕하세요, 고양신세계안과 닥터일점영 안종호 원장입니다.

오늘 진료를 마치고 나서도 한 분의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남아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르게,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분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오늘 오신 분은 당뇨약을 10년 가까이 드셔 온 50대 여성분이에요. 안과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셨어요.

그동안 눈은 잘 보였다고 하셨어요. 잘 보이니 안과에 갈 일이 없다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사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세요. 일산에서도 당뇨로 안과 검진을 미뤄 오신 분들을 자주 만나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오른쪽 눈이 갑자기 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분들이 진료실에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얼마 전까지 잘 보였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됐을까요?”

시력을 재 보니 오른쪽 눈은 눈앞에서 손을 흔드는 움직임만 겨우 보이는 안전수동(HM)이었어요.

오늘 진료실에서

검사해 보니 오른쪽 눈 망막 앞에 피가 넓게 고여 있었습니다.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으로 생긴 망막앞출혈이었어요.

그래서 오늘 바로 항VEGF 주사를 먼저 놓았어요. 새 혈관이 자라고 피가 새는 것을 줄이려는 주사예요.

그리고 내일 눈 속의 피를 걷어 내는 유리체절제술과 백내장 수술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불편하지 않던 왼쪽 눈도 함께 검사했는데, 왼쪽 눈에도 병이 진행돼 있었어요. 왼쪽 눈은 이후에 범망막광응고술(레이저)을 할 예정입니다.

진료를 마치고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건 환자분 탓이 아니에요. 당뇨망막병증은 꽤 진행될 때까지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눈이 잘 보이면 안과에 올 생각을 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꼭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당뇨는 있지만 눈 검사는 미뤄 오신 분이 계실 것 같아서요.

※ 치료 방법과 경과는 눈 상태에 따라 개인마다 다릅니다. 주사와 수술 후 안압 상승, 재출혈, 염증, 감염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내일 수술에서 환자분이 밝은 세상을 다시 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만 수술 뒤 시력이 얼마나 돌아올지는 망막이 얼마나 상했는지에 따라 달라서 지금 미리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회복 정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수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뒤로도 두 눈을 꾸준히 함께 살펴 가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이 분의 사진과 연구 결과로 당뇨망막병증이 왜 ‘갑자기’ 시력을 떨어뜨리는지, 그리고 잘 보일 때 검진을 받는 게 왜 중요한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일산·고양 지역에서 당뇨는 있지만 눈 검사는 미뤄 오신 분들께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왜 갑자기 안 보일까요?

맨 위 사진은 이 분의 오른쪽 눈 안저사진이에요.

가운데 노랗게 보이는 시신경 주변과 그 아래쪽으로 검붉은 피가 넓게 고여 있죠?

망막 바로 앞에 피가 고인 망막앞출혈입니다.

당뇨가 오래되면 망막의 작은 혈관이 막히고, 그 대신 약한 새 혈관(신생혈관)이 자라요. 이 단계를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라고 합니다.

이 약한 혈관이 터지면 피가 망막 앞을 커튼처럼 덮어 버려요.

그럼 정말 하루아침에 생긴 병일까요??

아닙니다.

혈관이 막히고 새 혈관이 자라는 동안에는 대부분 아무 증상이 없어요.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이 멀쩡하면 눈은 계속 잘 보이거든요.

그러다 혈관이 터지는 순간 ‘갑자기’ 안 보이게 되는 거예요.

본인에게는 갑자기지만, 망막 안에서는 오래전부터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던 겁니다.

OCT로도 안 보이나요?

당뇨망막병증 오른쪽 눈 OCT 망막 앞 출혈에 가려 망막층이 보이지 않는 모습
오른쪽 눈 빛간섭단층촬영(OCT) : 망막 앞에 고인 출혈에 빛이 가려 아래 망막층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본원 촬영, 환자 동의, 식별정보 없음)

OCT는 망막을 단면으로 잘라 보듯 찍는 검사예요. 평소에는 망막의 얇은 층이 한 겹 한 겹 보입니다.

그런데 이 분의 OCT에서는 위쪽에 두툼하게 고인 출혈만 보이고, 그 아래 망막층은 거의 보이지 않아요.

피가 빛을 막아서 검사 빛이 망막까지 닿지 못하는 거예요.

이렇게 출혈이 심하면 망막 상태를 정확히 보기도 어렵습니다.

왼쪽 눈은 괜찮은데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불편한 쪽은 오른쪽 눈이었지만, 왼쪽 눈에도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돼 있었어요.

그래서 왼쪽 눈은 범망막광응고술(레이저)을 할 예정이고, 상태에 따라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아야 할 수 있어요.

범망막광응고술은 피가 부족한 망막 주변부에 레이저를 해서 새 혈관이 자라는 신호를 줄이는 치료예요.

안 보이는 쪽만 문제가 아니었던 거죠.

당뇨망막병증은 두 눈에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아서, 한쪽 눈이 괜찮아도 두 눈을 모두 봐야 합니다.

정기 검진이 정말 차이가 있나요?

먼저 검진을 건너뛰면 어떤지 살펴본 연구가 있어요.

Forster 2013 Diabetologia 당뇨 눈 검진 미수검과 시력 위협 당뇨망막병증 논문 제목
출처: PubMed (Forster AS 외, Diabetologia 2013 · doi:10.1007/s00125-013-2975-0, PMID 23793717) 논문 제목 화면

영국 런던의 당뇨 눈 검진 프로그램에서 당뇨인 6,556명을 살펴본 연구입니다.

2년 연속 검진 미수검 시 시력 위협 당뇨망막병증 보정 오즈비 3.76 그래프
출처: Forster AS 외, Diabetologia 2013 · doi:10.1007/s00125-013-2975-0. 논문 수치를 다시 그린 그래프

연구에서는 2년 연속 검진을 받지 않은 분들에게서 매년 검진받은 분들보다 시력을 위협하는 망막병증이 발견될 가능성이 약 3.8배 높았어요. (보정 오즈비 3.76, 95% 신뢰구간 2.14~6.61)

다만 이 연구는 지켜본 연구(관찰연구)라서 검진을 안 받아서 병이 생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검진을 건너뛴 분들에게서 더 많이 발견됐다는 연관성으로 보셔야 합니다.

그럼 반대로 꾸준히 진료를 받으면 어떨까요?

Flynn 1992 Ophthalmology ETDRS report 17 논문 제목
출처: Europe PMC 논문 페이지 (Flynn HW Jr 외, Ophthalmology 1992 · doi:10.1016/s0161-6420(92)31779-8, PMID 1407968) 논문 제목 화면

미국에서 당뇨인 3,711명을 오래 지켜본 ETDRS 연구가 있어요.

이 연구에서는 모든 분을 최소 4개월마다 진료하면서 위험한 단계가 되면 바로 레이저를 했습니다.

ETDRS 연구 5년 유리체절제술 비율 그래프
출처: Flynn HW Jr 외, Ophthalmology 1992 · doi:10.1016/s0161-6420(92)31779-8. 논문 수치를 다시 그린 그래프

연구에서는 그렇게 꼬박꼬박 진료받은 분들 중 5년 동안 유리체절제술까지 간 경우가 그룹에 따라 2.1~4.0%였어요. (환자 기준으로는 5년 동안 5.3%)

반대로 수술까지 간 눈을 보면, 수술 직전 시력이 5/200 이하인 눈이 66.7%였어요. 5/200은 시력표 맨 위 큰 글자도 겨우 보일까 말까 한 정도예요.

수술이 필요할 때쯤에는 이미 시력이 많이 떨어진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Kim 2022 국내 당뇨망막병증 치료 발생률 논문 제목
출처: Europe PMC 논문 페이지 (Kim J 외, Graefes Arch Clin Exp Ophthalmol 2022 · doi:10.1007/s00417-021-05365-z, PMID 34410486) 논문 제목 화면

국내 연구도 있어요. 건강보험 자료로 2형 당뇨인을 12년 동안 살펴본 연구입니다.

국내 시력 위협 당뇨망막병증 치료 발생률 2006년 2017년 비교 그래프
출처: Kim J 외, Graefes Arch Clin Exp Ophthalmol 2022 · doi:10.1007/s00417-021-05365-z. 논문 수치를 다시 그린 그래프

연구에서는 시력을 위협하는 당뇨망막병증으로 치료받은 사람이 1,000명당 10.05명(2006년)에서 6.11명(2017년)으로 줄었어요.

연구진은 이를 일찍 진단하고 제때 치료한 영향으로 보았고, 인슐린 사용, 젊은 나이, 만성콩팥병이 있을 때 치료가 필요해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했어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님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해당 연구의 대상과 조건에서 나온 결과이고, 본원 수치가 아닙니다.

다만 메시지는 같아요. 잘 보일 때 찾아서 관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당뇨 환자분들께 정기 검진이 왜 필요한지는 영상으로도 이야기해 두었어요.

눈온뒤TV(고양신세계안과) ‘당뇨환자 실명 막으려면 이것을 꼭 해야 한다!’ · 유튜브에서 보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당뇨 진단을 받았다면 눈이 잘 보여도 안과 검진을 받으세요.

검사 간격은 망막 상태를 보고 눈마다 정해 드려요. 검사를 얼마나 자주 받는지는 지난 글에 정리해 두었어요. 「당뇨 안저검사 주기, 눈이 잘 보이는데도 검사해야 하나요?」 보러 가기 : https://eyessg.com/blog/diabetic-eye-exam-interval-fundus-screening/

그리고 이럴 때는 다음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바로 오셔야 해요.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가려질 때, 먹물이 번진 듯 검게 가릴 때, 날파리가 확 늘어날 때입니다.

혈당·혈압 관리도 눈 관리의 일부예요. 내과 진료와 안과 진료를 함께 챙겨 주세요. 일산에서 이 글을 읽으시는 당뇨 환자분들도 한 번쯤 눈 검사 일정을 챙겨 보셨으면 합니다.

정리

요약하자면,

당뇨망막병증은 증상 없이 오래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약한 새 혈관이 터지면 하루아침에 시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 만난 환자분처럼 안 보이는 눈뿐 아니라 잘 보이는 눈에도 병이 진행돼 있는 경우가 있어요.

연구에서는 검진을 건너뛴 분들에게서 시력을 위협하는 망막병증이 더 많이 발견됐고, 꼬박꼬박 진료받으며 제때 치료한 분들은 수술까지 가는 경우가 적었습니다.

당뇨가 있다면, 잘 보일 때 안과에 오세요.

오늘 만난 환자분의 내일을 응원하며, 이 글이 검진을 미뤄 오신 분들께 작은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유리체출혈 치료 이야기는 다른 글에 정리해 두었어요. 「당뇨망막병증 유리체출혈,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가려졌다면?」 보러 가기 : https://eyessg.com/blog/diabetic-retinopathy-vitreous-hemorrhage-case/

다음 글에서도 진료실에서 만난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당뇨가 있는데 눈이 잘 보이면 검진을 안 받아도 되나요?

당뇨망막병증은 꽤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눈이 잘 보여도 정기적으로 안저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검사 간격은 망막 상태에 따라 정합니다.

검진을 몇 년 건너뛰면 어떤 차이가 있나요?

영국 런던 검진 프로그램 6,556명을 살펴본 관찰연구에서는 2년 연속 검진을 받지 않은 분들에게서 매년 검진받은 분들보다 시력을 위협하는 망막병증이 발견될 가능성이 약 3.8배 높았습니다(보정 오즈비 3.76). 연관성을 본 연구이며, 결과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왜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나요?

망막에 자란 약한 새 혈관이 터져 피가 망막 앞을 가리면 갑자기 안 보일 수 있습니다. 망막 안에서는 오래전부터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한쪽 눈만 불편하면 그 눈만 보면 되나요?

당뇨망막병증은 두 눈에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아 두 눈을 모두 검사합니다.

어떤 증상이 있으면 바로 와야 하나요?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가려질 때, 먹물이 번진 듯 검게 가릴 때, 날파리가 확 늘어날 때는 다음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진료를 받으세요.

당뇨망막병증 글 감수 고양신세계안과 안종호 원장 안과전문의 망막 세부전공

글·감수 안종호 원장 안과전문의(망막 세부전공), 고양신세계안과

전 가천대 길병원 망막 임상교수. 대한안과학회 세광학술상 금상과 학술상을 받았습니다.

의료진 소개 보기

고양신세계안과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충장로 126 행신스퀘어 6층(행신동 999)에 있습니다. 대표전화 031-8076-9999, 진료시간은 평일 09:00~18:30(점심시간 13:00~14:00), 토요일 09:00~14:00이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진합니다. 네이버 예약이나 카카오톡 상담으로도 문의하실 수 있고, 설명 영상은 유튜브 눈온뒤TV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Flynn HW Jr, et al. Pars plana vitrectomy in the Early Treatment Diabetic Retinopathy Study. ETDRS report number 17. Ophthalmology 1992;99(9):1351-1357. PMID 1407968 doi:10.1016/s0161-6420(92)31779-8
  2. Forster AS, et al. Non-attendance at diabetic eye screening and risk of sight-threatening diabetic retinopathy: a population-based cohort study. Diabetologia 2013;56(10):2187-2193. PMID 23793717 doi:10.1007/s00125-013-2975-0
  3. Kim J, et al. Declined incidence of patients treated for vision-threatening diabetic retinopathy in South Korea: a 12-year nationwide population-based study. Graefes Arch Clin Exp Ophthalmol 2022;260(1):101-111. PMID 34410486 doi:10.1007/s00417-021-05365-z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를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소개한 수치는 각 연구에서 보고된 값으로 개인의 결과나 고양신세계안과의 치료 결과를 뜻하지 않습니다. 치료 효과와 경과, 부작용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어떤 치료가 맞는지는 안과 전문의 진료와 검사 후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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